트루 디텍티브 시즌3를 보았다. 시즌2는 언급도 하지 말자.
일단 트루 디텍티브 시즌3는 시즌1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주술 느낌이 나는 인형이 등장하고, 배경이 되는 지역과 도시 풍경등은 을씨련스러운 특유의 느낌을 주던 시즌1이랑 비슷하다. 아마 어디서 욕 좀 먹은 제작진들이 심기일전하여 시즌3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시즌1의 향수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시즌3는 정말 가뭄속의 비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테지만 뭔가가 다르다. 시즌1에서 주인공 콤비는 일단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은 될수 없었던게 권력집단의 범죄성을 입증하지 못 하고 끝나버렸다. 그래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결말은 되었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던 시즌1이었다.
작가들은 여기서 크나큰 오해를 하고 만거 같다. 아 시즌1처럼 만들어야지. 시즌1처럼 사건은 해결하지만 뭔가 찝찝한 결말을 같이 배치해두면 시즌1처럼 명작으로 거듭날 것이여~ 라는 오해 말이다. 이게 엄청난 착각이었다.
두 주인공 콤비가 뭔가 사건을 해결했나? 아니다. 둘은 솔직히 뭔가 한게 없다. 그냥 몇십년을 낭비했다. 사건 해결은 그냥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던 외눈의 흑인이 나타남으로써 종결된다. 그가 모든 진상을 밝혔기에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근데 그 진상도 밝힐거면 진작 밝힐수 있었으나 굳이 몇십년이 지나서 경찰서 문을 두드린거도 아니고 주인공 콤비에게만 밝혀준다. 그리곤 주인공 흑인 형사 노인은 시즌 내내 보여주던 치매증상을 떡밥해결하듯이 마지막에 치매 증상을 보여주며 실종된 여자아이를 코앞에서 보고도 놓치고 만다. 근데 이게 떡밥 해결인가? 그냥 고구마 먹인 느낌이 든다. 작가들은 아마 기똥찬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그리 한거 같은데 정말 무능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주인공 느낌만 부각되었다. 사건은 해결- 하지만 찝찝한 부분 남김(실종된 여자아이 결국 못 찾아냄)- 이러면 질질 싸겠지? 천만의 말씀이다. 그냥 제목을 무능 디텍티브로 바꾸면 맞겠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 또한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이유가 되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났던 것이다. 바로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소설 by the pricking of my thumb (1968 출간) 진상이랑 아주 흡사하다. 솔직히 작가진들이 이 소설 안 보고 드라마 낸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의 첫 부분은 마을 사람들이 실종된 아기를 찾는 과거 부분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리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소년과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데 아기를 마녀가 잡아갔다고 한다.
터펜스는 토미의 고모를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찾았다가 랭카스터 부인을 만나게 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망난 랭카스터 부인을 그냥 이상하게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토미의 고모가 돌아갔다는 요양원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냥 심장마비로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그날 밤 랭카스터 부인이 납치되는 장면을 요양원의 다른 노파가 목격한 것. 고모는 심장마비로 죽고, 하필 그날 밤 같은 요양원의 한 부인이 납치가 되었다? 터펜스는 수상한 느낌을 가지고 사건에 임하게 된다. 남편인 토미는 아내가 또 이상한 일을 벌인다고 대단찮게 여기지만 혹시나 하고 고모의 부검을 하게 되고 독살로 죽은 걸 알게되어 사건에 같이 뛰어들게 된다. 랭카스터 부인은 고모가 죽을때 범인을 목격하고 그 범인에게 납치된 건 아닐까?
사건의 진상을 밝히면 이렇다. 랭카스터 부인은 사실 납치된 게 아니었다! 그냥 랭카스터 부인은 가명으로 요양원에 숨어살고 있던 것이고 숨어 살게 한 랭카스터 부인의 남편과 가족들이 그녀를 다른 요양원으로 위장으로 납치하듯 옮겨버린것!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랭카스터 부인이 토미의 고모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랭카스터 부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건 바로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 사건을 자신의 노망때문에 말실수를 하게 되고 수상하게 생각한 토미의 고모(그 조카의 그 고모라고 탐정처럼 진상을 밝혀냄 ㅋㅋ)는 랭카스터 부인이 과거에 아기를 납치하고 그 아기를 살해까지 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랭카스터 부인은 급히 토미의 고모를 입막음 살해하게 되고 그걸 알게된 랭카스터 부인의 남편이 급히 그녀를 다른 요양원으로 옮겨버린것(한마디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 아주 익숙하게 일처리하는 것에 소름)
랭카스터 부인은 과거 자신의 아기를 잃고 정신을 놓고 말았는데 아기를 갖고 싶어서 마을의 다른 가정의 아기를 납치하고는 외딴 집에 데리고 살다가 (어디서 많이 본거 같죠?) 그만 죽여버리고 말았던 것...
자 그럼 다시 트루 디텍티브로 돌아가 보자.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 소설과 달리 트루 디텍티브 시즌3의 문제점은 비슷한 사건의 진상을 준비했으면서 그 과정이 서로 달랐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작품 전체적으로 기이한 외딴 집- 사라진 부인- 옛날에 벌어졌던 아기 납치 살해 사건- 겉에선 밝게 환대하지만 뭔가를 숨기는 듯한 수상한 마을 사람들- 전부다 조화를 이루며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트루 디텍티브 시즌3는 그런거 없다. 주술적 인형?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실수로 가지고 놀던 건데 떨어뜨린 것. 진상은 주술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 특이한 포즈로 죽은 소년?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 의미 없었다. 특유의 마을 분위기? 그것도 주제랑 아무 상관 없었다. 그냥 부잣집 딸래미가 죽은 딸 대신 딸래미 하나 갖고 싶어서 납치극 벌인 것. 그걸 몇십년 동안 진상 밝혀내지 못 한 무능한 두 탐정과 경찰들. 그리고 그걸 방조한 부잣집 아빠와 그 외눈의 흑인까지.(솔직히 범인인 딸이랑 그 딸의 아버지까지 다 죽은 마당에 이 외눈의 흑인은 뭐가 아쉽다고 사건의 진상을 경찰에게 밝히지 않고 그냥 살아왔을까? 정말 기가 찰 노릇)
그럼 트루 디텍티브가 이런 만행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난 개인적으로 그냥 PC묻은거라고 본다. 작가진은 그냥 멍청한 백인들을 곳곳에 배치해놓고(백인인 파트너 형사가 아무 활약이 없는 것을 보라) 흑인들이 억압받는 장면만 시즌 내내 수두룩하게 보여주고는 결말은 시즌1처럼 비슷하게 준비하고 반전도 아가스 크리스티 소설에서 차용해서 보여주면 되겠지 싶었고...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는건 결국 주인공 흑인 한명이다그리고 그걸 도와준건 흑인 페미니스트 아내다- 이거 밖에 없었던거 같다.
정말 용두사미가 있다면 이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이럴땐 시즌1이나 다시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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